우리나라 행복 지수는 몇 위일까?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지난 18일 ‘세계 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46개국 중에 59위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만 추려보면 최하위권에 속한다. 지난 2012년부터 세계 각 나라 거주민들의 행복을 정량화해 행복지수로 표현한 ‘세계 행복보고서’는 나라별로 1,000여명의 시민들에게 삶의 만족도를 물어본다. 갤럽의 월드 폴(World Poll)을 바탕으로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과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등 6가지 항목의 3년치 자료를 분석해 산출한다. 1위는 핀란드를 선두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 10위에 올라서 있다. 구매력 기준 소득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핀란드와 큰 차이가 없다. 기대수명은 오히려 핀란드보다 높다. 비슷하게 벌고, 오래 사는데 왜 행복하지 못할까? 흥도 많고 정도 많은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나라 대한민국이 행복 지수가 이처럼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지원에 관한 질문에 ‘당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기댈 친구나 친척이 있습니까?’로 응답은 1위에서 80위까지의 국가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2019년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28.6명의 자살률을 기록해 세계 183개국 중 4위를 기록했고, 시민회의가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경제적 빈곤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터놓을 사람이 없어 스스로 꽃대를 꺾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1년 3분기 주민등록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40%를 넘어섰다. 혼밥 혼술로 대한민국 고독의 깊이는 뼛속까지 깊어질 것이다.
다음은 ‘인생에서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 불만이 있는지’를 물었고, 이에 대한 응답 점수는 현저히 낮았다.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철저히 경쟁과 순위로 일관된 교육이다. 승자만 살아남는 사회, 패자에 대한 배려가 줄어든 사회, 선택을 강요받은 사회에서 자유란 그 무엇도 없는 것 같다. 부정부패에 관한 설문에서도 정부와 기업 내에 부패가 만연해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핀란드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부패가 높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는 부정부패 엄단을 외치는 권력남용과 뇌물수수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자연스레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집권 마무리에 접어든 문정부의 지난 5년을 되돌아봐도 알 수 있다. 국민들과의 소통과 화합, 행복한 삶을 약속하며 야심찬 비전을 내세웠지만 나라는 국론분열로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갈등구조가 극단적이고 공정과 정의,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과학이 실종된 자리는 이념이 차지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인 대신 자기몫 챙기기에 바쁜 정치꾼이 득세했다. 법과 원칙이 존중되어야 할 질서는 말 뿐이고 국가 부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빨리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차세대의 미래를 갉아 먹었다.
어디 이 뿐인가? 소득 주도성장은 고용의 절벽이고 자영업자는 몰락했으며, 일자리 전광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난 60년간 국민과 국가 지도자들이 똘똘 뭉쳐 이룬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자부심은 빛을 잃었으며, 글로벌 모범국가의 이미지는 희석되었다. K방역을 자랑하던 한국은 이젠 무관심 대응 확진자 폭증에 외신이 주목하고, 서울에서 소득하위 20%가 상위 20% 집을 사려면 저축만 100년이 걸린다. 이러다보니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포플리즘 정책이 강행되는 가운데 가진 자들만 여전히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으니, 우리가 이토록 바라는 온 국민이 행복한 ‘국민 행복시대’는 언제쯤 다가올지? 막막하지만 새 정권에 또다시 기대를 걸어볼 일이다.